무리뉴 2년 차 프로젝트: 실패에서 교과서로 인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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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 2년 차 프로젝트: 실패에서 교과서로 인테르

by gguljampapa 2025. 8. 11.

인터 밀란의 트레블(2009–10): 이탈리아 최초, 완성형 실용주의의 정점

2009–10시즌, 인터 밀란은 클럽 역사와 이탈리아 축구의 서사를 바꿔 놓았다. 세리에 A 우승, 코파 이탈리아 우승, 그리고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까지—한 시즌에 가능한 모든 빅 타이틀을 거머쥔 ‘트레블’을 이탈리아 구단 최초로 완수했다. 이 성취는 단순한 트로피 수집이 아니라, 조제 무리뉴가 설계한 전술 조직, 선수단의 희생과 집중력, 그리고 결전의 순간마다 빛난 디에고 밀리토의 마무리가 결합해 만들어 낸 총체적 성과였다.

배경: 무리뉴 2년 차, 뼈대를 굵히다

무리뉴의 1년 차(2008–09)는 리그 제패로 끝났지만 유럽 무대에서의 아쉬움이 남았다. 2년 차에 그는 팀의 성격을 더욱 명료하게 다듬는다. 웨슬리 스네이더를 중심으로 한 4-2-3-1/4-3-1-2 가변 구조, 측면에서의 하드 워크를 장착한 사무엘 에투, 그리고 결정을 책임지는 디에고 밀리토를 축으로 공격과 수비의 톱니바퀴를 맞췄다. 라인을 전진시키기보다 ‘압축된 간격’과 ‘전환의 속도’를 중시하는 실용주의는 곧 이 팀의 정체성이 된다.

스쿼드의 기둥: 경험, 균형, 희생

수문장과 백라인

  • 줄리오 세자르: 반사신경과 위치선정으로 위기 차단.
  • 마이콘: 오버래핑과 크로스, 역습 시 직선적 전진의 핵.
  • 루시우–발터 사무엘: 대인전과 공중장악, 하프스페이스 봉쇄.
  • 자네티/키부: 좌측 밸런스와 커버, 주장 자네티의 리더십.

중원 엔진

  • 캄비아소: 6번과 8번 사이에서 균형과 전진패스 제공.
  • 티아구 모타: 빌드업의 템포 조절, 전방 압박 탈출의 관절.
  • 스네이더: 10번 역할, 라인 사이에서 전진 패스와 키패스.

전방의 서로 다른 재능

  • 디에고 밀리토: 뒷공간과 박스 결정을 겸비한 에이스.
  • 사무엘 에투: 측면 수비 가담까지 도맡은 이타적 슈퍼스타.
  • 판데프: 연계와 왼쪽 하프스페이스 점유로 전술적 완성.

전술 청사진: 4-2-3-1의 가변과 “간격”의 미학

인터의 기본 판은 4-2-3-1이었다. 빌드업 초기에 모타가 3선으로 내려서며 풀백 중 한 명이 전진, 2선은 스네이더를 중심으로 좌우 폭을 확보한다. 수비 시엔 4-4-1-1로 빠르게 전환, 에투와 판데프가 터치라인을 봉쇄하고 스네이더가 1차 압박의 그림자를 만든다. 핵심은 세로 간격 10~15m를 유지하는 압축. 이를 통해 중앙 밀집을 형성하고, 탈취 즉시 첫 두 번의 패스로 스네이더에게 연결—마이콘의 오버래핑 혹은 밀리토의 반대쪽 침투로 이어지는 전환을 만든다.

세리에 A: 마지막 날까지 이어진 호흡 절제의 레이스

리그는 치열했다. 장기 레이스에서 인터는 대형 경기의 관리 능력, 특히 실점을 최소화하는 균형 감각으로 버텼다. ‘기회가 왔을 때 찌르는’ 실용주의는 단기전뿐 아니라 장기전에서도 유효했다. 시즌 막판까지 이어진 선두 경쟁에서 인터는 마지막 라운드 원정에서 시에나를 1–0으로 제압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밀리토의 결승골은 ‘결정의 순간’에서 이 팀이 왜 강했는지를 상징한다.

코파 이탈리아: 단판 승부의 응축미

컵대회에서 인터는 더욱 축소된 간격과 상황 관리로 나왔다. 결승전 상대는 로마. 적지에서 치른 결승에서 인터는 전형적인 무리뉴식 결승 운영—리스크 최소화, 순간 스위치—로 1–0 승리를 가져온다. 다시 한 번 밀리토의 마무리, 그리고 캄비아소와 자네티가 이끈 중원의 균형이 빛났다. 트레블의 첫 조각이 이렇게 채워진다.

챔피언스리그 여정: 역경, 적응, 그리고 설득

조별리그: 늦가을의 분기점

조별리그는 매끄럽지 않았다. 빅클럽을 상대로 무승부가 이어지며 탈락 위기까지 거론됐다. 전환점은 키예프 원정. 종료 직전까지 끌려가던 경기를 침착한 연계와 2선 침투로 뒤집어냈다. 그 승리는 단지 승점 3이 아니라, 팀 전체가 ‘우린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한 순간이었다.

16강 vs 첼시: 감독의 체스, 선수의 실행

무리뉴는 친정팀을 상대했다. 산 시로에서 2–1로 앞서며 레그1을 마친 인터는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실점하지 않는 관리’와 ‘한 번의 찌르기’를 결합했다. 에투의 결승골은 무리뉴가 측면에서 요구한 고강도 수비 가담 뒤에 완성된, 역습의 문장부호였다.

8강 vs CSKA 모스크바: 냉정함으로 쌓은 180분

8강은 감정 대신 프로세스였다. 두 경기 모두 1–0의 스코어로 합계 2–0. 라인 간격을 무너뜨리지 않고, 필요할 때만 전환 속도를 올려 골을 만들었다. 트로피를 향한 팀의 호흡이 가장 안정적으로 느껴진 라운드였다.

4강 vs 바르셀로나: 세계 최고 공격을 맞서는 법

당시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는 세계 최고의 공격 조직이었다. 산 시로 1차전에서 인터는 3–1로 승리—스네이더, 마이콘, 밀리토의 골은 모두 ‘전환 속도와 위치 교환’이 만든 결과였다. 누캄프 2차전은 초반 퇴장으로 10명이 버텨야 하는 난전. 인터는 하프스페이스와 박스 앞을 벽처럼 봉쇄했고, 실점은 0–1로 최소화했다. 종합 전술 교과서에 ‘어떻게 막는가’의 사례로 남은 밤, 동시에 선수단의 결의가 화면 밖으로 흘러나온 밤이었다.

결승 vs 바이에른 뮌헨: 결정의 기술, 밀리토의 밤

마드리드에서 열린 결승은 실용주의의 클라이맥스였다. 인터는 공을 오래 소유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 소유할지, 어디로 전진할지, 누구에게 맡길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전반, 스네이더와의 원투에 이은 밀리토의 침착한 마무리. 후반, 드리블로 수비 균형을 무너뜨린 뒤 오른발로 꽂아 넣은 두 번째 골. 스코어는 2–0. 인터는 유럽 정상을 정복하며 트레블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었다.

키 플레이 모먼트: 디테일이 만든 차이

  • 하프스페이스 방어: 센터백과 6번 사이 공간을 캄비아소–모타–자네티가 번갈아 봉쇄. 바르셀로나전에서 결정적.
  • 측면의 이타성: 에투는 세계 최고 공격수였지만, 팀을 위해 풀백처럼 뛰었다. 이 헌신이 전술의 한 축.
  • 첫 패스의 질: 탈압박 직후 첫·두 번째 패스가 정확히 스네이더에게 연결되며 전환이 폭발.
  • 결정력의 응축: 밀리토는 적은 찬스를 높은 품질의 슛으로 전환—결승전이 결정적 증거.

숫자로 보는 트레블(핵심 포인트)

  • 세리에 A 최종전 1–0 승리로 우승 확정(결승골: 밀리토).
  • 코파 이탈리아 결승 1–0 승리(결승골: 밀리토).
  • 챔피언스리그 결승 2–0 승리(두 골 모두 밀리토).
  • 바르셀로나와의 4강: 3–1 승 & 0–1 패로 합계 우위.

무리뉴의 리더십: ‘왜’에 대한 답을 주는 감독

무리뉴는 선수들에게 왜 이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설득했다. 에투가 수비 가담을 하고, 스네이더가 라인 사이에서 몸을 던지고, 마이콘이 무모해 보일 정도로 전진해도 팀이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다. 명확한 역할, 일관된 기준, 그리고 결과로 증명하는 리더십—이것이 선수들을 하나로 묶었다.

유산: 이탈리아 첫 트레블이 남긴 것

인터의 트레블은 이탈리아 클럽 최초의 사례로 역사적 의미가 크다. 전술적으로는 ‘소유보다 간격’, ‘개인보다 구조’라는 실용주의가 다시금 대세 전략의 유효 해법임을 증명했다. 또한 개인의 희생이 팀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평범하지만 실행하기 가장 어려운 진리를 보여줬다. 시즌이 끝난 뒤 무리뉴는 새로운 도전을 향했지만, 그가 남긴 설계도와 선수들의 서사는 지금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오늘의 축구에 주는 메시지

포지션 플레이와 하이프레스가 전술 트렌드를 이끄는 오늘에도, 인터 2009–10은 분명한 메시지를 남긴다. 상대의 강점을 지우고, 우리의 한 방을 극대화하는 법. 공을 오래 가지지 않아도, 주도권은 가질 수 있다. 전술은 미학이지만 동시에 결과를 위한 공학이며, 그 공학은 간격·역할·결정의 세 요소로 환원될 수 있음을 인터는 증명했다.

한 장으로 정리: 인터 밀란 트레블의 공식

압축된 간격 + 역할의 명료함 + 결정의 품질 = 단판·장기전 모두에서의 우위

마무리

인터 밀란의 2009–10은 역사적 진공 속에 존재하는 흑백사진이 아니다. 오늘의 전술 논쟁 속에서도 여전히 생생한 준거틀이다. 트레블은 우연이 아니라 축적의 산물이었다. 감독의 설계, 베테랑의 리더십, 스타의 헌신, 결정적 순간의 침착함—이 모든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정렬될 때 어떤 팀이 될 수 있는지, 인터는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