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과연 화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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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과연 화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by gguljampapa 2025. 8. 16.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만든 비트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자산을 넘어 전 세계 경제, 기술, 정치 담론의 중심에 우뚝 섰다. 이제 사람들은 묻는다. “비트코인, 과연 진정한 화폐가 될 수 있을까?”

1. 화폐란 무엇인가?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할 수 있는지 논의하기 위해선 먼저 '화폐'의 정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학에서 화폐는 다음의 세 가지 기능을 충족해야 한다:

  • 교환의 매개(Medium of Exchange):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거래 수단.
  • 가치의 저장(Store of Value):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유지되어 축적 가능해야 함.
  • 가치의 척도(Unit of Account): 가격을 매기고 비교할 수 있는 기준 단위.

이 기준을 통해 비트코인을 화폐로 간주할 수 있을지 판단해보자.

2. 비트코인의 교환 수단으로서의 가능성

일부 국가와 기업들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테슬라는 한때 비트코인으로 차량 결제를 허용했으며, 엘살바도르는 아예 법정통화로 채택했다. 또 온라인 결제 플랫폼인 페이팔(PayPal), 스퀘어(Square) 등도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실생활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데는 여러 제약이 있다. 가격 변동성이 심하고, 거래 처리 속도나 수수료 문제, 규제 불확실성 등의 장애물이 크다.

3.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신뢰성

전통적인 화폐는 물가 상승률과 중앙은행 정책에 영향을 받는다. 반면,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2,100만 개로 한정되어 있어 디플레이션 자산에 가깝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각광받는다. 특히 2020~2021년 팬데믹 이후, 미국 연준의 통화 완화로 인해 비트코인은 급등했고, 많은 투자자들이 금 대신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그러나 단기적인 가격 급등락이 심해 안전자산으로 보기엔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완전한 신뢰를 얻지 못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4. 회계 단위로서의 기능은 부족

현재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는 달러, 유로, 원화 등 법정화폐로 가격이 책정된다.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 가격 기준이 되기보다는, 그 자체의 법정화폐 가치로 환산되어 사용된다.

예를 들어, 0.005 BTC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대부분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아직 비트코인이 회계 단위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5. 기술적 진화와 확장성

비트코인은 기술적으로 한계가 명확하다. 초당 거래 처리량은 평균 7건에 불과하며, 이는 비자(VISA)의 24,000건과 비교해 매우 부족하다. 이러한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라이트닝 네트워크’와 같은 2계층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대중적 채택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6. 규제의 딜레마

각국 정부는 비트코인을 어떻게 규정하고 규제할지에 대해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 중국, 한국 등은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이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실사용자들에게도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

법정 화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법적 지위와 제도권 내 수용이 필수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특성은 이런 규제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

7. 엘살바도르 실험은 성공할까?

2021년, 엘살바도르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IMF는 이 결정을 강력히 경고했으며, 현지 국민들도 여전히 달러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통해 외화 의존도를 줄이고 금융 포용성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인상적이지만, 실질적인 경제 안정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8. 화폐가 아닌 ‘디지털 자산’으로서의 위상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은 화폐라기보다 디지털 자산 또는 투자 수단으로 더 인식되고 있다. 주식처럼 투자 대상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가격 변동에 따라 차익을 노리는 행위가 중심이다.

이는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목적이 ‘거래’보다는 ‘투기’에 가깝게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 기술적 개선과 제도권 수용이 이뤄진다면 화폐적 기능도 점차 강화될 수 있다.

9. 미래: 디지털 화폐의 다양성과 공존 가능성

중요한 점은 비트코인이 반드시 ‘기존 화폐’를 대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민간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비트코인은 공존 모델을 형성할 수도 있다.

즉, 정부가 통제하는 ‘공식 디지털 화폐’와 탈중앙화된 ‘자율적 디지털 자산’은 다른 기능과 목적을 가지고 나란히 존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10. 결론: 화폐로서의 가능성은 ‘진화 중’

비트코인이 화폐로 인정받기 위해선 다음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 변동성 완화
  • 기술적 확장성 확보
  • 국제적 규제 협력 및 법적 지위 정립
  • 실생활 결제 수단으로서의 대중적 채택

현재 시점에서 비트코인은 ‘완전한 화폐’라기보다는 화폐로 진화 중인 디지털 자산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언젠가 우리는 커피 한 잔을 사며 “0.0002 BTC 주세요”라고 말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