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왜 파운드리 사업을 계속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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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왜 파운드리 사업을 계속하는가?

by gguljampapa 2025. 8. 15.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동력 중 하나이며, 그 중심에는 삼성전자가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적인 1위를 지키는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오랜 기간 전략적으로 키워오고 있다. TSMC에 비해 시장 점유율은 낮지만, 삼성은 수년간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왜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단순한 수익 이상의 국가 전략, 기술 자립, 시장 패권과 관련된 심층적인 동기가 깔려 있다.

1. 파운드리는 미래 반도체 산업의 핵심

파운드리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 증가 속에서, 시스템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자체 공장을 두지 않고 위탁 생산을 맡기는 핵심 산업이다. 엔비디아, 애플, 퀄컴 등 세계적인 팹리스 기업들은 TSMC나 삼성 같은 파운드리에 칩 생산을 의뢰한다. 특히 AI, 전기차, 서버 등 고성능 연산이 요구되는 산업의 성장과 함께 첨단 공정 기술을 보유한 파운드리는 점점 더 전략적 가치를 가진다.

2. TSMC 독점에 대한 유일한 견제자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50% 이상의 점유율로 독점에 가까운 지배력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에 이은 2위지만 점유율은 10~20% 사이로 격차가 크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한 점유율이 아니라 첨단 공정 기술의 경쟁이다.

3nm 이하 공정, GAA(Gate-All-Around) 기술 등 미래 세대를 선점하기 위한 기술 투자 경쟁에서 삼성은 유일하게 TSMC와 대등하게 도전하는 기업이다.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삼성이 파운드리 경쟁력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3. 시스템 반도체 자립과 국가 전략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된 한국 반도체 산업은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취약하다. 정부는 ‘시스템 반도체 강국’을 목표로 전략적 육성을 추진 중이며, 그 중심에 삼성 파운드리가 있다.

미국, 중국, 유럽이 반도체를 경제안보와 군사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규정하고 지원하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자국 생산 역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기술 종속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삼성의 파운드리 확대는 단순한 민간 기업의 선택이 아닌, 국가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4. 기술력 향상과 미래 수익 기반 확보

파운드리 사업은 단기 수익성이 낮고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다. 하지만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기술 축적과 고객 기반 확보에 성공하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은 이미 3nm GAA 공정 세계 최초 양산에 성공하며 기술력의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또 IBM, 엔비디아 등과의 협력을 통해 AI 반도체, HPC 시장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5. 삼성 전체 반도체 전략의 시너지

삼성은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를 삼각 축 전략으로 구상하고 있다. 특히 AI 시대에는 메모리와 연산 칩의 통합 설계와 최적화가 필요해지며, 메모리 분야의 강점과 파운드리의 설계 및 제조 역량을 함께 갖춘 삼성만의 독보적 구조가 경쟁력을 강화한다.

예컨대, 자체 설계한 AI 칩(시스템 반도체)을 삼성 파운드리에서 직접 생산하고, 이를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결합해 고성능 서버나 엣지 디바이스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수직 계열화를 통한 효율을 높이고 있다.

6.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 대응

미국-중국 간 반도체 패권 전쟁, 유럽의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 요구 등 지정학적 요인이 커지면서, 글로벌 IT 기업들은 TSMC 의존도 분산을 추구하고 있다. 삼성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 텍사스 테일러, 일본 요코하마 등에 해외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고객사의 분산 수요를 유치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의 CHIPS Act와 연계하여 삼성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전략적 입지 강화가 기대된다.

7. 기술 자립의 상징성과 국격

파운드리는 국가 기술 자립의 상징이다. 일본은 메모리 중심에서 시스템 반도체로 전환에 실패했고, 중국은 SMIC를 앞세워 추격 중이나 미국의 견제로 제약이 크다. 반면 한국은 삼성이라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통해 첨단 반도체 생산 자립을 이루고 있는 드문 국가다.

이는 단순히 수출 효자 품목이 아니라, 국가 브랜드 이미지와 외교력 강화에도 기여하며, 대한민국이 기술강국임을 상징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8. 인재 확보 및 산업 생태계 육성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 지속은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에 인재 수요, 설계 기업 증가, 장비 및 소재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 이는 파운드리 단일 기업의 성장을 넘어, 한국형 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결론: 손해를 보더라도 가야 하는 길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당장은 수익성 부족, 기술력 격차, 고객 유치 난항 등의 문제에 부딪히고 있지만, 이는 장기적 시야에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도전 과제다. 파운드리는 삼성의 미래 성장 축이자, 한국의 국가 전략 산업이며,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다.

그러므로 삼성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이 사업을 놓지 않고, 오히려 더욱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삼성이 파운드리를 계속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