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의 20대는 더 이상 '취업'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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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의 20대는 더 이상 '취업'하지 않는가?

by gguljampapa 2025. 8. 19.

 

한때 '좋은 대학 → 대기업 취업 → 안정된 삶'이라는 공식은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당연한 미래 설계의 과정이었다. 하지만 2020년대 중반을 지나며 20대 청년층의 일자리 선호와 삶의 태도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더 이상 ‘정규직 취업’이 청년들의 유일한 목표가 아닌 시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1. 양질의 일자리 감소와 공정성 붕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청년층이 원하는 일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대기업, 안정적인 중견기업 등은 한정돼 있고,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일자리의 근무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또, 채용 과정에서의 불공정 이슈나 ‘금수저 채용’, ‘인턴 청탁’ 등의 소식은 청년들에게 실망감과 박탈감을 안겨준다.

2. "헬조선"에서 "탈조선"으로 — 출구는 해외

국내 취업 시장이 매력적이지 않게 되면서, 20대는 ‘탈조선’을 대안으로 삼는다. 유학, 워킹홀리데이, 해외 취업, 디지털 노마드 등 다양한 형태의 해외 이탈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더 나은 삶의 질과 보상, 수평적인 문화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3. 학벌 무력화 시대, 대학의 희소성 하락

과거에는 대학 진학이 곧 인생의 발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졸자 과잉과 대학 서열 무력화로 인해 '대학을 나왔다고 자동으로 취업되는 시대'는 끝났다. 오히려 대학에 투자한 시간과 등록금 대비 성과가 낮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많아졌고, 그 결과 대학 진학률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4. N잡, 크리에이터, 디지털 자영업의 확산

20대들은 더 이상 회사에서의 고정된 월급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신 ‘나만의 브랜드’, ‘내가 주도하는 삶’을 원하며, 유튜버, 인스타그램 마켓, 스마트스토어, 프리랜서 디자이너, 노코드 개발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들은 “취업”보다는 “자기만의 일”을 만들어가는 데에 더 매력을 느낀다.

5. MZ세대의 가치관 변화 — 워라밸, 의미, 자유

MZ세대는 삶에서 일의 비중을 낮춘다. 월급이 많더라도 자유와 워라밸이 없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의미 있는 일’, ‘자율적인 시간’, ‘심리적 안정’이다. 즉, ‘출퇴근 없는 삶’이 이상적인 형태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6. 공시와 취준의 고통, 그리고 포기

여전히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이나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지만, 경쟁은 치열하고 과정은 고통스럽다. 수년 간의 ‘취준’이나 ‘공시’ 끝에도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결국 수많은 청년들이 ‘포기’를 선택하거나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된다.

7. 빠르게 성장하는 온라인 경제 생태계

크몽, 탈잉, 숨고 같은 플랫폼은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팔 수 있게 해준다. 블로그, 유튜브, 틱톡, 쿠팡파트너스, 브런치 등 플랫폼 기반 경제 활동이 확장되며, 청년들은 전통적인 직장에 들어가지 않아도 수익을 만들 수 있음을 깨닫고 있다.

8. 청년 기본소득, 사회안전망 변화 기대

일부 지자체나 정치권에서는 청년 기본소득, 구직수당 등의 정책이 도입되며, 노동 없이도 일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는 청년들이 ‘굳이 원하지 않는 일’에 몸을 던지지 않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된다.

9. 가족의 변화 — 결혼과 독립의 후순위화

결혼, 내 집 마련, 자녀 양육 등의 인생 루트가 늦어지면서 20대들은 상대적으로 금전적 부담이 적고 자유로운 소비와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한다. 과거에는 생계를 위해서라도 빠르게 직장에 들어가야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뀐 것이다.

10. "일"에 대한 인식 변화 — 수단인가, 정체성인가

마지막으로, 과거 세대는 직업을 정체성의 일부로 여겼지만, 현재의 20대는 일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는 '돈만 벌 수 있다면 굳이 직장인이 될 필요 없다'는 태도로 이어진다. 이들은 더 이상 ‘사표를 내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결론: 20대는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하는 것'

결국 20대들은 ‘취업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취업 방식’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조직이 아닌 개인의 삶을 중심으로 사고하며,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자기 주도적 삶을 선택한다. 지금의 청년세대는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고, 살아가고 있으며, 기존의 고용 시스템은 그들의 속도와 감각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20대를 탓할 것이 아니라, 시대가 바뀌었음을 인정해야 할 때다.